감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기분이 좋았던 순간도,
답답함이 남았던 상황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록을 하기 전에는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는 편이었다.
그때는 괜찮다고 넘겼던 일들이
나중에는 이유 없는 피로감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

글로 감정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조금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문장으로 표현하려고 하면
막연한 느낌이 조금씩 구체화된다.
그 과정에서 감정의 크기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기록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판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게 만드는 도구에 가깝다.
좋은 감정이든 불편한 감정이든
글로 남겨 두면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직도 감정을 잘 다룬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예전보다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게 되었다.
기록을 통해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